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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엌을 스케치하다...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서 예쁜그릇에 담고 사진찍고 먹고...그리고 내 삶속의 여러 이야기들
살아가는 이야기/일상생활

[스크랩] 닭을 죽여야 하는 공무원이 피로 쓴 殺處分歌(살처분가)

by ♣눈꽃열매♣ 2008.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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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습관처럼 인터넷을 하면서 양산시청 공무원 홈피를 살펴보다가  내머리를 멍하게 하는 글귀를 발견했다.

 이름하여 殺處分歌.

양산의 AI(조류인플렌자) 발생과 관련해 직접 매몰현장에 투입됐던 공무원의 탄식과 닭에 대한 미안함, 축산농에 대한 연민의 정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글쓴이는 익명으로 처리하니 누구인지 정확한 신분을 알 수 없지만 그냥 지나치기 너무 아까워 내 블로그글로 각색을 해봤다.


 참고로 이 글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지역본부 양산시지부' 홈피에 5월19일 오후7시32분에 게재돼 있다.


 사진은 다음 블로그의 '거꾸로 보는 세상'의 운영자에게서  메일로 받고 기존에 있는 그의 사진을 다운받아 살처분가와 각색을 했음을 밝혀둔다.


殺處分歌 10개 단락으로 된 시조인데 표현이 너무나 기가 찰 정도로 멋집니다. 

      

    


<殺處分歌> 

 

겨우넘긴 타미플루 매스껍고 어질한데

청정란 생산장소 석회가루 휘날리네

아는가 알파벳AI  이곳이 살처분장 

 

 

*양산시 상북면 내석, 외석, 좌삼리 일대 양계장


 

 *살처분 참가자에게 지급된 타미플루


입었네 방제백의 안전할까 바이러스

마스크는 답답하고 뿔 안경 희미하니 

차라리 벗어뿌리자 새보다 약할소냐 

 

 

  

 *공무원들이 방제복을 입고 있다.


끝없는 양계막사 들어서니 요란하네

알기는 하는지 오늘이 그 날인걸 

무심한 꼬꼬댁 소리 무정란은 유심할까

 

 


 

 *살처분 직전의 양계들

 

슬며시 집어넣네 코팅장갑 위장殺手

내민 手 차갑지만 잡힌 足 따뜻하네

눈뜨고 차마못할 일 하다보니 진땀나 

 

*땀이 나 보호안경 안이 성에로 가득차다


벌렸네 마대자루  날개짓 버둥되네 

거꾸로 쳐박으니 꿈틀한뒤 시들하네

행여나 눈 마주칠까 꿈에볼사 두렵네

 

 

*발버둥치는 닭을 마대속으로.


아는가 산란계야 저승사자 행차를

잡는나도 죽는니도 기구한 운명인걸

모쪼록 환생 하려면 불사조 꿈꾸시게

 

 

 *내죄를 어이할꼬.


수매부대 돌아보니 죽은 듯 가만있네

질질끌고 던지고 쌓아놓고 밀어넣고

꽥소리 가끔 훼치고 발버둥도 하련만

 

 *조금이라도 더 살려고 머리내민 닭이 보인다.


능숙한 손놀림이 한꺼번에 두세마리

못할짓 이런짓도 자꾸하니 느는구나

그립고나 닭장 밖세상 오분후 기다리네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없던병 생긴연유 따져보니 사람 탓

공연한 가금탓도 말못하니 죽을밖에

저눔 닭 억울한 것은 하늘님이 알런가

 

*피붙이 같은 닭들. 내새끼들.



망상에 젖었구나 들려오네 휴식끝~

들어서니 닭대가리 줄지 않고 그대로네

저치도 많은 닭들을 언제나 처리할꼬.

 



*산 닭의 구덩이, 기가 질린다.



양산은 지난2004년1월 AI로 인해 양계농가가 엄청난 피해를 본데 이어 또다시 4년 만에 이 같은 재앙을 당했습니다.

46농가가 133만 마리의 닭과 메추리를 살처분하고 있는데 22일이면 작업이 종료된답니다.

 지난 5월24일 고병원성 확인 이후 매일 수백명씩의 공무원, 군인, 일용노무자들이 현장에 투입되고 있습니다.

살처분에 나섰던 사람들은 약간의 정신적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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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천성산 얼레지
글쓴이 : 양산 작은 거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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